전업맘으로 살아온 시간 속에서, 아이가 영유아기일 때는 오롯이 양육에만 집중했다. 그 외의 것들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. 자기 개발도, 취미도 모두 가정과 육아에 맞춰져 있었다.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, 아이가 다섯 살 무렵부터는 육아에 조금씩 여유가 생겼던 시점이었다. 그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을까? 결국 나의 게으름을 탓할 수밖에 없다.
나이는 단순한 숫자라고 하지만,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의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 버린 것만 같다. 그 시간 속에 나만의 흔적을 남길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. 어떤 것이든 좋았을 텐데.
이제는 치열하지 않더라도, 나의 속도로 하나씩 해보고 싶다. 그리고 그 과정들을 이야기하고 싶다. 많은 전업주부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만, 나는 그렇지 못했다. 아이가 학교에 가고, 남편이 출근하면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는 생각에 쇼파에 누워 있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. 못 봤던 예능을 보거나, 휴대폰을 들여다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. 그리고 아이가 올 시간이 되고, 저녁 준비를 하다 보면 하루가 끝나 있었다. 한때는 그런 시간이 힐링처럼 느껴졌지만, 이제는 그렇지 않다. 더 늦기 전에 무언가를 시작하지 않으면 자존감이 점점 낮아지고, 우울해질 것 같았다.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했다.
주어진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. 우리 윗집에는 워킹맘이 살고 있다. 그녀는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,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둘째인 다섯 살 아들은 장난기가 많고, 두 살 터울의 딸은 엄마처럼 동생을 챙기느라 분주해 보인다. 그녀는 항상 퇴근 후 아이들을 데리러 가느라 정신없이 바쁘다. 그리고 집에 도착하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아래층까지 전해질 정도다. 그런데 요즘 들어 그녀가 아이를 혼내는 아주 큰 목소리가 자주 들려 깜짝 놀랄 때가 있다. 워킹맘으로서 하루를 보내고, 저녁이 되면 주부의 역할까지 해야 하는 그녀의 시간은 얼마나 빠르게 흐를까?
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, '주부'라는 틀 안에서는 누구나 저마다의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것 같다. 결국, 중요한 것은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채워 나가며, 시간 속에 묻혀 잊어버린 나 자신을 다시 찾아가는 일이 아닐까? 그런 엄마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본다.
*이 글이 공감되셨다면, 구독과 공유 부탁드려요.
*블로그에 남긴 흔적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.
'그 사이 어딘가- 삶의 조각들' 카테고리의 다른 글
사라지는 골목, 그리고 남겨지는 마음 – 한남3구역을 보며 (0) | 2025.05.14 |
---|---|
다 하기 나름 아니던가 (0) | 2025.04.22 |
시작이 반?!이라면 끝은 또 다른 시작! (0) | 2025.03.26 |
시작이 반?! (2) | 2025.03.25 |
전업주부 11년, 이제는 경단녀의 길을 걷다 (2) | 2025.03.19 |